신용점수 높은데 이자가 더 비싸다?…은행 대출의 ‘이상한 역전’
대출을 받을 때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낮은 금리를 적용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돈을 갚지 못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평가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금융권에서는 조금 다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들의 대출금리는 오르는 반면 중·저신용자의 금리는 내려가면서 점수에 따른 금리 차이가 이전보다 줄어드는 모습이다.

물론 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전체적으로 더 싼 금리를 적용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일부 금융회사와 신용점수 구간에서 기존의 금리 순서가 뒤바뀌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900점 넘는 고신용자 금리는 4.89%까지 올랐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 6월 신규 신용대출을 살펴보면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객에게 적용된 평균금리는 연 4.89%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0.65%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반대로 신용점수 700점 이하 고객의 평균금리는 연 7.84%로 집계됐다. 금리 자체는 고신용자보다 높지만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0.45%포인트 내려갔다.
즉 두 집단의 금리가 여전히 역전된 것은 아니지만 방향은 정반대다.
고신용자는 금리가 올라가고 저신용자는 내려가면서 두 집단 사이의 금리 격차가 좁아진 것이다.
카드론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이 같은 흐름은 은행 신용대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8개 전업 카드사의 카드론을 보면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객의 평균금리는 지난해 7월 연 10.99%에서 올해 7월 연 12.29%로 상승했다.
1년 만에 1.3%포인트 오른 것이다.
반면 700점 이하 고객에게 적용된 평균금리는 같은 기간 17.49%에서 17.45%로 소폭 내려갔다.
카드론은 일반적인 은행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높은 경우가 많다. 신용점수뿐 아니라 카드사의 자금조달 비용과 고객의 상환 능력, 대출기간 등 여러 조건을 반영해 금리가 결정된다.
따라서 단순히 신용점수만 가지고 실제 적용금리를 예상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
일부 구간에서는 신용점수가 낮은데 금리가 더 싸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같은 은행 안에서도 일부 신용점수 구간의 금리가 뒤집혔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신한은행에서는 신용점수 600점 이하 고객의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연 7.28%였는데 601~650점 구간은 7.45%였다.
점수가 더 낮은 구간의 평균금리가 오히려 낮았던 셈이다.
우리은행에서도 600점 이하 고객의 평균금리가 연 5.87%였지만 601~650점 구간은 6.33%로 나타났다.
국민은행 역시 600점 이하가 연 5.59%였던 반면 601~650점은 6.12%, 651~700점은 5.69%였다.
다만 이 숫자만 보고 신용점수가 낮을수록 대출에 유리해졌다고 판단하면 안 된다.
은행별로 취급한 상품 종류와 고객 구성, 정책금융 포함 여부, 우대금리 등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 기간의 평균금리는 실제 개인이 적용받는 금리와 차이가 날 수 있다.
신용점수와 금리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이유
대출금리는 신용점수 하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금융회사가 돈을 마련하는 데 드는 조달비용부터 시장금리, 대출기간, 상환방식, 거래실적에 따른 우대금리까지 여러 요소가 동시에 반영된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와 중·저신용자 금융지원 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회사가 공급할 수 있는 가계대출 규모를 관리하면서 동시에 금융 접근성이 떨어지는 계층에 대한 대출은 일정 수준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과적으로 제한된 대출 재원을 어떤 고객과 상품에 배분하느냐가 금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금리대출은 대출 총량 관리에서 일부 빠진다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중금리대출을 확대하기 위한 제도 변화도 주목할 부분이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이 취급하는 중금리대출을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별도로 관리하도록 했다.
은행권에서도 민간중금리대출의 총량 관리 제외 비중을 기존보다 확대하는 방향이 추진됐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일반 가계대출을 늘리는 것보다 중·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을 공급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저신용자 대출금리가 낮아지거나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의 상품 공급이 늘어나면 기존의 신용점수별 금리 격차 역시 줄어들 수 있다.
그렇다면 고신용자가 저신용자 이자를 대신 내는 걸까
최근 금리 움직임을 이렇게 단순하게 해석하기는 어렵다.
고신용자에게 받은 이자를 그대로 저신용자에게 나눠주는 구조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회사의 전체적인 대출 포트폴리오 안에서 중·저신용자에게 공급되는 금융을 확대하고 금리 부담을 낮추려는 정책이 강화되면 결과적으로 신용등급별 금리 차이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있다.
서민금융 재원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금융회사 출연과 정부 재정 등을 함께 활용하는 방식이 논의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금리 변화를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시장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관리, 중금리대출 확대, 서민금융 정책 등이 동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신용점수가 높아도 금리 비교가 필요한 이유
이번 흐름에서 대출을 이용하는 사람이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은 ‘신용점수가 높으니 어디에서 빌려도 금리가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같은 신용점수라도 금융회사와 대출상품에 따라 실제 금리는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고신용자는 기존에 낮은 금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금융회사별 조건을 세밀하게 비교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처럼 시장금리와 금융회사의 대출 공급 전략이 빠르게 변하는 시기에는 신용점수가 높더라도 실제 제시되는 금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대금리 적용 조건과 중도상환수수료, 대출기간, 상환방식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신용점수 높으면 무조건 최저금리’ 공식은 달라지고 있다
신용점수는 여전히 대출금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저신용자의 평균 대출금리가 고신용자보다 높은 기본적인 구조도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통계에서 확인되는 변화는 신용점수와 대출금리가 과거처럼 단순하게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고신용자의 금리가 상승하는 동안 중·저신용자의 금리가 낮아지고, 일부 점수 구간에서는 금리 순서까지 뒤바뀌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결국 앞으로 대출을 알아볼 때는 신용점수만 확인해서는 부족하다. 실제 금융회사가 제시하는 금리와 우대조건을 비교하고 자신에게 적용되는 최종 금리를 확인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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