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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금 규제’ 새판 짠다…블록체인과 만난 금시장에 무슨 일이

읽는 시간 약 8분

실물 금에서 디지털 자산으로…영국 금융당국, 토큰화 금의 제도권 편입 검토

영국 금융당국이 실물 금과 블록체인 기술을 결합한 토큰화 금(Tokenized Gold)을 금융시장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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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새로운 디지털 투자상품을 허용하는 차원의 움직임은 아니다. 세계 금 거래의 중심지 역할을 해온 런던이 상하이와 홍콩 등 아시아 금융시장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금융 인프라 전략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토큰화된 금을 파생상품 거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공식 담보자산으로 인정할 수 있을지가 향후 제도 설계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런던 금시장에 등장한 새로운 경쟁 변수

런던은 오랜 기간 국제 금 거래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유지해왔다. 세계금협회 자료를 기준으로 전 세계 금 거래의 약 70%가 런던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상하이와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 금 거래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기존 런던 중심의 거래 구조에도 변화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이 주목하는 대응 수단 가운데 하나가 바로 금의 토큰화다.

실물 금의 소유권이나 경제적 권리를 디지털 토큰 형태로 구현하면 기존 금 거래에서 발생했던 보관·이전·결제 과정의 비효율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거래 기록과 자산 이동을 디지털 환경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다만 현재 FCA가 실물 금 거래 전체를 직접 감독하는 구조는 아니다. 금 관련 파생상품이나 상장지수상품 등 일부 금융상품을 중심으로 감독 권한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에 토큰화 금을 기존 금융 규제 체계 안에서 어떻게 분류할 것인지부터 정리가 필요하다.

토큰화 금이 ‘담보자산’으로 들어갈 가능성

이번 논의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은 토큰화 금의 투자상품화보다 금융거래 담보 활용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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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영국 금융감독청과 영란은행 산하 건전성감독청은 올해 공동 정책 논의를 통해 토큰화된 금을 미청산 장외파생상품 거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담보 후보 가운데 하나로 검토했다.

쉽게 말하면 블록체인상에서 권리가 확인되는 금을 금융기관 간 거래에서 담보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미 영국에서는 토큰화된 금융자산을 기존 시장 인프라에 연결하려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디지털증권샌드박스를 통해 기업들이 관련 기술과 거래 구조를 시험하고 있으며, 향후 증권·담보 시스템과 중앙은행 화폐를 디지털 환경에서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작업이 실제 제도로 연결된다면 토큰화 금은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실물자산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실물 금이 디지털 토큰으로 바뀌면 무엇이 달라질까

토큰화 금은 비트코인처럼 자체적으로 가치가 형성되는 가상자산과 구조가 다르다.

기본적으로 실제 보관된 금이나 금에 대한 권리를 기반으로 디지털 토큰을 발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금괴를 직접 운반하거나 복잡한 소유권 이전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금에 대한 권리를 이전할 수 있다.

특히 기관투자자 시장에서는 결제시간 단축과 담보 이동의 효율성이 중요한 장점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토큰을 보유했다고 해서 자동으로 실물 금에 대한 완전한 법적 소유권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누가 실물을 보관하는지, 토큰 1개가 어느 정도의 금을 의미하는지, 발행기관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의 권리가 어떻게 보호되는지 등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결국 기술보다 중요한 문제가 법적 권리와 실물자산의 연결 방식인 셈이다.

런던 금고에 쌓인 막대한 실물 금도 강점

영국이 토큰화 금 시장에서 유리한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미 구축된 거대한 실물 금 거래 인프라다.

런던금시장협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런던 금고에는 약 9,339톤의 금이 보관돼 있었다. 당시 가치로 환산하면 약 1조3,84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기존 실물 금 시장과 디지털 토큰을 연결할 경우 영국은 새로운 금 거래 인프라를 처음부터 구축할 필요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금협회 역시 실물 금 소유권과 디지털 이전 방식을 결합한 도매용 디지털 금 구조를 개발하고 있다.

결국 런던이 보유한 실물 금 시장의 규모를 블록체인 기술과 연결하는 것이 영국이 그리고 있는 큰 그림으로 볼 수 있다.

홍콩에서는 이미 토큰화 금 거래가 시작됐다

영국 금융당국이 제도 마련을 논의하는 동안 아시아에서는 실제 상용 서비스가 먼저 등장했다.

HSBC는 홍콩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토큰화 금 상품을 운영해 왔으며, 관련 거래도 상당한 규모로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움직임은 영국 입장에서 적지 않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금융시장의 경쟁력이 단순히 얼마나 많은 금을 보관하고 있느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빠르고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을 구축했느냐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이 토큰화된 자산을 담보로 활용하기 시작하면 거래 속도와 결제 인프라의 차이가 시장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영국이 노리는 것은 금보다 더 큰 ‘토큰화 금융시장’

이번 움직임을 금시장 하나만 놓고 볼 필요는 없다.

영국은 스테이블코인, 토큰화 증권, 디지털 국채 등 전통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기반 인프라로 옮기는 작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토큰화 국채 발행 계획과 디지털 증권 실험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따라서 토큰화 금은 영국 금융시장 전체가 디지털 자산 인프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하나의 핵심 자산으로 볼 수 있다.

향후 금뿐만 아니라 채권, 펀드, 예금, 증권 등이 동일한 디지털 금융망에서 거래되고 담보로 활용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핵심은 ‘금값’만이 아니다

토큰화 금이 제도권에 들어온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기초자산인 금 가격이 하락하면 토큰의 가치 역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발행기관과 수탁기관의 안정성, 실물 금 보관 방식, 환매 조건, 거래 유동성 등 기존 금 투자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주목했던 요소까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FCA가 어떤 기준으로 토큰화 금의 자산 적격성을 판단할지가 중요하다.

실물 금과 토큰의 연결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 투자자의 법적 소유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금융기관이 담보로 인정할 때 어떤 위험 기준을 적용할 것인지가 향후 제도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영국이 이번 규제 정비에 성공한다면 런던은 기존의 세계 최대 실물 금 거래 중심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디지털 금 거래와 토큰화 자산 시장의 중심지까지 노릴 수 있다.

결국 이번 움직임의 핵심은 ‘금을 디지털로 바꾼다’는 데 있지 않다. 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런던의 금시장 지배력을 블록체인 시대에도 유지할 수 있느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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