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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0조엔 일본 국채시장, 결제 방식 바뀌나…MUFG가 블록체인 실시간 정산 실험 나선 이유

읽는 시간 약 7분

MUFG, 일본 국채 리포 거래의 결제 시간을 줄이는 실험 착수

일본 최대 금융그룹 가운데 하나인 MUFG가 일본국채(JGB)를 활용한 리포 거래의 결제 구조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전환하는 실증 작업에 들어갔다. 핵심은 국채 자체를 디지털 자산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거래 이후 이뤄지는 채권과 자금의 결제 과정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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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MUFG는 디지털애셋과 프로그마트 등 관련 기업과 협력해 캔튼 네트워크를 활용한 개념증명(PoC)을 추진한다. 기존 금융시장에서 국채 거래 후 실제 결제가 완료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했던 구조를 개선해, 향후에는 시간대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실시간 정산 체계를 구현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번 프로젝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실험 대상이 일본 금융시장의 핵심 자산인 일본국채라는 점이다. 관련 리포 시장의 규모가 약 270조엔에 이르는 만큼 기술이 실제 금융 인프라에 적용될 경우 자금 운용 방식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리포 거래에서 ‘결제 시간’이 중요한 이유

리포 거래는 채권을 담보 성격으로 활용해 단기간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거래다. 거래 당사자는 채권을 넘기는 동시에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다시 사들이기로 약정한다.

일본국채는 높은 신용도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금융기관의 리포 거래에서 중요한 담보 자산으로 활용돼 왔다. 문제는 거래 체결과 실제 결제가 동시에 끝나지 않을 경우 그 사이에 상대방 위험과 유동성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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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가 완료될 때까지 금융회사는 예상하지 못한 가격 변화나 거래 상대방의 채무불이행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이에 따라 추가 담보와 증거금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MUFG가 추진하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 구조는 이러한 시간차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다. 채권과 자금의 이전이 사실상 동시에 처리된다면 거래 과정에서 묶이는 자본과 담보를 줄이고 금융회사의 자금 활용 효율도 높일 수 있다.

일본국채를 토큰으로 바꾸는 사업은 아니다

이번 실험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일본국채 자체를 블록체인 토큰으로 발행하는 방식과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기존 JGB는 현재의 등록채권 형태를 유지한다. 대신 채권을 관리하는 계좌 정보와 블록체인상의 거래 기록을 연계해 결제 과정을 효율화하는 구조를 시험한다.

자금 결제 수단으로는 토큰화 예금이나 스테이블코인 등 디지털 형태의 화폐를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특히 MUFG가 시험하려는 핵심 기술 가운데 하나가 ‘원자적 지급대비인도(Atomic DvP)’다. 쉽게 말하면 채권을 넘기는 과정과 돈을 지급하는 과정을 하나의 거래처럼 동시에 완료하는 방식이다.

기존 결제에서는 한쪽 거래가 먼저 이뤄지고 다른 거래가 뒤따르는 과정에서 위험이 발생할 수 있지만, 두 거래를 동시에 완료하면 이러한 결제 불일치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

스마트컨트랙트로 리포 거래 자동화도 시험

실험은 단순히 결제 시간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별도의 프로젝트에서는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해 리포 거래가 시작된 이후 종료될 때까지 필요한 여러 업무를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는지도 검증한다.

시큐어드 파이낸스는 자체 블록체인 대출 기술을 활용해 거래 조건 관리와 정산 등 리포 거래 전반을 자동화하는 방안을 시험할 예정이다.

이 같은 구조가 실제 금융시장에 적용되면 하루 중 제한된 시간에 집중됐던 거래와 결제 업무를 보다 넓은 시간대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수작업과 중간 처리 절차를 줄여 운영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현재 단계는 어디까지나 기술과 제도적 가능성을 확인하는 PoC다. 실제 상용 금융서비스가 시작됐거나 일본 금융당국이 상용화를 최종 승인한 것은 아니다.

일본 금융당국도 결제 혁신 가능성 검증

이번 프로젝트는 일본 금융청이 추진하는 결제혁신 관련 프로그램과도 연결돼 있다.

새로운 금융 결제 기술을 실제 시장에 적용하기 전에 법률과 감독 체계, 자금세탁방지 및 컴플라이언스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검토하는 과정이다.

블록체인을 금융기관 간 거래에 적용하려면 기술적으로 거래 속도를 높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기존 금융법과 회계 처리 방식, 자산 보관 구조, 거래 기록의 법적 효력 등 다양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실험의 의미는 단순히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는 데 있기보다 대규모 국채시장의 기존 결제 체계와 분산원장 기술을 실제로 연결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는 데 있다.

미국·유럽은 블록체인 기반 국채 결제 활용 확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는 국채와 블록체인을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이미 여러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국채를 활용한 단기 금융거래와 인트라데이 리포 영역에서 블록체인 기반 결제 인프라가 실제 금융기관 거래에 활용되는 사례가 등장했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들도 국채뿐 아니라 토큰화 예금과 디지털 현금 등을 연결해 국가 간 금융거래를 빠르게 처리하는 방안을 시험하고 있다.

일본 역시 이러한 글로벌 금융 인프라 변화에 대응해 기존 금융망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방향으로 실증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MUFG는 향후 금융당국과 국내외 금융기관뿐 아니라 전략적 협력 관계에 있는 해외 금융사들과도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270조엔 시장에서 블록체인이 주목받는 진짜 이유

이번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것은 암호화폐 투자와 같은 가격 상승·하락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거대한 금융시장에서 자금과 담보가 이동하는 시간을 얼마나 단축할 수 있느냐에 있다.

리포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결제를 기다리는 동안 금융기관이 확보해야 하는 담보와 유동성 역시 커질 수 있다. 만약 채권 이전과 자금 지급이 실시간에 가깝게 동시에 완료된다면 금융기관은 같은 자본을 보다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또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거래 확인과 담보 관리, 정산 업무 일부가 자동화되면 금융회사의 백오피스 업무 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규모 국채시장은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다. 기술적 오류뿐 아니라 시스템 장애와 법적 책임, 개인정보 및 거래정보 관리, 기존 금융망과의 호환성까지 해결해야 한다.

따라서 MUFG의 이번 실험은 일본국채를 단순히 ‘블록체인에 올리는 프로젝트’라기보다 270조엔 규모 리포 시장의 결제 인프라를 실시간 금융 시스템으로 바꿀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작업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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